EVELY TAROT GUIDE · 제3호

여교황은 어떻게
여사제가 되었나

— 타로에 숨겨진 '비밀 메시지'의 진실 —

타로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선가 반드시 한 번은 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교회가 권력과 결탁해 타락했던 시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그 메시지를 카드 게임의 그림 속에 몰래 숨겨 넣었다. 여교황 카드가 바로 그 증거다." 솔직히 고백하면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소름이 돋았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 전설을 정면으로 다뤄보려고 합니다. 어디까지가 역사이고 어디부터가 이야기인지, 그 문제의 여교황 카드는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목사님과 신부님들이 타로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까지 — 순서대로 따라가 볼게요. 미리 말씀드리면, 결론은 "사실이다"도 "거짓이다"도 아닌, 그보다 훨씬 재미있는 곳에 도착합니다.

전설은 어디서 태어났나

먼저 이 전설의 출생지부터 따져봐야 공평하겠죠. "박해받은 자들이 카드에 비밀을 숨겼다"는 이야기는 정작 카드가 만들어진 15세기의 문서 어디에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서사가 처음 등장하는 곳은 그로부터 400년이나 지난 19세기 프랑스, 신비주의자들의 살롱이에요. 1편에서 봤던 "타로는 고대 이집트의 지혜서"라는 주장이 유행하던 바로 그 동네입니다. 당시 신비주의자들의 논리는 이랬어요. 이토록 심오한 상징이 가득한 카드가 한낱 게임일 리 없다. 분명 깊은 지혜를 지닌 이들이 박해를 피하려고 게임으로 위장시켜 후대에 전한 것이다. 그럴듯하죠. 이후 20세기의 타로 책들이 이 뼈대에 살을 붙이면서, 중세에 교회로부터 이단으로 몰려 절멸당한 신앙 공동체들이 자신들의 교리를 카드에 숨겼다는 구체적인 버전들까지 만들어졌습니다.

이 이야기가 200년 동안 사랑받은 이유는 분명합니다. 낭만적이니까요. 불태워진 책과 사람들, 그러나 놀이 카드로 위장해 살아남은 진실 — 영화로 만들어도 좋을 서사입니다. 다만 역사에는 냉정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라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는 것은 별개라는 거죠.

역사가들이 확인한 것 — 숨긴 게 아니라, 대놓고 그린 그림

그렇다면 기록은 뭐라고 말할까요. 역사학자들이 15세기 트럼프의 그림들을 분석한 결론은 전설과 정반대 방향을 가리킵니다. 교황, 황제, 연인, 운명의 바퀴, 죽음, 심판 — 이 그림들은 당시 이탈리아에서 숨길 이유가 전혀 없는, 오히려 가장 유행하던 이미지들이었다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당시 이탈리아에는 시인 페트라르카가 쓴 『개선(트리온피)』이라는 초대형 베스트셀러가 있었어요. 내용은 우화적인 행렬입니다. 사랑이 인간을 이기고, 순결이 사랑을 이기고, 죽음이 순결을 이기고, 명성이 죽음을 이기고, 시간이 명성을 이기고, 마지막에 영원이 시간을 이긴다 — 더 높은 것이 낮은 것을 차례로 꺾으며 올라가는 이야기죠. 어딘가 익숙하지 않나요? 낮은 패를 높은 패가 잡아먹는 트럼프 게임의 구조와 정확히 같습니다. 실제로 타로의 트럼프(트리온피)라는 이름 자체가 이 '개선 행렬'에서 왔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에요.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 덱의 연인 카드, 15세기
비스콘티-스포르차 덱의 '연인'. 박해를 피해 숨긴 암호가 아니라, 당대 최고 베스트셀러 속 '사랑의 개선' — 누구나 아는 장면이었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그러니까 15세기 사람들에게 트럼프 22장은 암호문이 아니라 교양의 총정리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으로 치면 인기 드라마의 명장면들로 만든 카드 같은, 보는 순간 다들 알아보는 그림이었던 거예요. 생각해보면 당연하기도 합니다. 정말 무언가를 숨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굳이 밀라노 공작에게 금박 카드로 주문 제작을 받고 온 유럽의 술집에서 공공연히 게임으로 유행시킬 이유가 없잖아요. 실제로 "비밀 결사가 카드에 교리를 숨겼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문서 증거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여사제가 2번인 것은 교황보다 높다는 뜻"이라는 숫자 이야기도 여기서 함께 정리할 수 있어요. 타로키 게임의 규칙에서 트럼프는 숫자가 높을수록 강한 패입니다. 여교황은 2번이고 교황은 5번이니, 게임판 위에서는 교황이 여교황을 이겨요. 트럼프의 순서 자체가 당시의 신분 서열 — 광대와 마법사 같은 낮은 자리에서 시작해 황제와 교황을 지나 죽음과 심판, 세계로 올라가는 — 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 2번은 오히려 낮은 자리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높은 존재라서 2번"이라는 해석은 적어도 카드를 만든 사람들의 의도는 아니었던 거죠. 그런데 — 이 이야기,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여사제가 교황보다 높다"는 감각에는 진짜 출처가 따로 있거든요. 그건 잠시 뒤에 나옵니다.

그러나 전설이 완전히 헛것은 아니었다

자, 그럼 이 전설은 그냥 낭만적인 헛소문일 뿐일까요? 그렇게 결론 내리기엔 걸리는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카드 속 그 여교황에게는 실존 모델로 지목되는 여인이 있거든요.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300년 밀라노에 만프레다라는 수녀가 있었어요. 그녀가 이끌던 신앙 모임은 "곧 타락한 교회가 무너지고 여자들이 이끄는 새 교회의 시대가 온다"고 믿었고, 그 새 시대의 첫 교황으로 만프레다를 추대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교회법에서 미사는 남성 사제만 올릴 수 있었고, 여자가 교황을 자처하는 것은 사형까지 가능한 이단이었어요. 결국 만프레다가 부활절에 직접 미사를 집전하자 종교재판소가 움직였고, 반년의 심문 끝에 그녀는 1300년 가을 광장에서 화형당했습니다. 함께 끌려간 신도 30여 명은 어떻게 됐냐고요? 대부분 살기 위해 "제가 잘못 믿었습니다"라며 신앙을 철회하고 목숨을 건졌습니다. 그렇게 모두가 입을 닫으면서, 이 모임은 지상에서 완전히 지워졌어요.

그런데 여기서 소름 돋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로부터 150년 뒤, 만프레다의 친척 가문이었던 밀라노의 비스콘티 가문이 호화 타로 덱을 주문 제작하는데 — 그 덱의 여교황 카드 속 여인이 화려한 교황 예복이 아니라 만프레다가 속했던 수도회의 수수한 수녀복을 입고 있는 거예요. 미술사학자들은 이 카드의 모델이 만프레다라고 봅니다. 즉 조직적인 비밀 결사가 교리를 암호로 새겼다는 증거는 없지만, 교회가 화형시켜 지운 한 여인의 초상이 카드 한 장에 조용히 스며들었을 가능성은 — 오컬트 책이 아니라 미술사 연구에서 진지하게 논의되는 학설인 겁니다. 전설이 말하는 "은밀한 저항의 암호"는 없었지만, 전설이 가리키던 방향에 "카드에 스민 지워진 역사"는 실제로 있었던 거죠. 이 재판과 화형의 전말이 궁금하시다면 지난 글에 자세히 담아두었습니다.

"비밀 결사가 메시지를 숨겼다"는 기록에 없는 이야기지만, "카드 한 장에 교회가 지운 여인의 얼굴이 남았다"는 학자들이 논하는 가설입니다 — 전설은 틀렸지만, 전설이 가리키던 방향에 진짜 이야기가 있었던 거죠.

1909년, 그 카드가 논쟁의 바깥으로 걸어 나가다

그럼 그 여교황 카드는 결국 어떻게 됐을까요. 500년 동안 이 카드는 계속 뜨거운 감자였습니다. 가톨릭 색이 강한 지역에서는 아예 카드에서 빼버리고 그 자리에 로마 신화의 신들을 갈아 끼운 판본이 나올 정도였어요. 그런 카드에게 마침내 새 인생을 준 사람이, 1편에서 만난 아서 에드워드 웨이트입니다. 1909년 자신의 덱을 만들면서 웨이트는 이 카드에서 교황청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새 이름을 붙였어요. 여사제, The High Priestess. 더 이상 '가톨릭에 존재해선 안 되는 여자 교황'이 아니라, 특정 종교의 인물이 아닌 존재 — 베일 너머에 앉아 내면의 지혜를 지키는 사제로 다시 태어난 겁니다. 500년을 끌어온 껄끄러운 카드 한 장이, 이름을 바꾸며 논쟁의 바깥으로 걸어 나간 순간이죠.

그리고 여기서, 아까 미뤄뒀던 "여사제가 교황보다 높다"는 이야기의 진짜 출처가 나옵니다. 웨이트는 자신의 덱에서 두 카드에 역할을 나눠줬어요. 교황(하이로펀트, 5번)은 문서와 의례와 제도로 이루어진, 눈에 보이는 교회의 가르침을 맡습니다. 반면 여사제(2번)는 그 어떤 제도도 담을 수 없는 것 — 베일 너머의 직관, 문자로 적을 수 없는 내면의 영적 지혜를 맡아요. 웨이트 자신이 이 카드를 '눈에 보이는 교회' 너머의 '숨은 교회'의 상징이라고 풀이했습니다. 그러니 "여사제가 교황보다 높다"는 그 감각은 근거가 있는 셈이에요. 다만 15세기 카드 제작자의 암호가 아니라, 20세기 웨이트의 설계였다는 것. 숫자의 서열이 아니라 영적인 깊이의 이야기였다는 것. 그 두 가지만 바로잡으면, 여러분이 어디선가 들었던 그 이야기는 절반쯤 사실이 됩니다.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여사제 카드, 1909년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교황(하이로펀트) 카드, 1909년
여사제(왼쪽)와 하이로펀트(오른쪽), 1909. 웨이트의 설계에서 한쪽은 제도가 담지 못하는 내면의 지혜를, 다른 쪽은 제도화된 가르침을 맡는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이렇게 놓고 보면 이 카드의 600년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1300년 밀라노에서 여자의 몸으로 교황이 되려다 불태워진 수녀가 있었고, 1450년 그 가문의 카드 속에서 삼중관을 쓴 여인으로 조용히 살아남았으며, 500년 동안 교회를 불편하게 하는 카드로 떠돌다가, 1909년 마침내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 '내면의 지혜' 그 자체가 되어 오늘 여러분의 덱 안에 앉아 있는 거예요. 지워진 여인이 결국 도착한 자리가, 모든 사람의 내면이라는 게 — 저는 이 결말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목사님들이 타로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여기서 순서를 헷갈리기 쉬운 부분을 하나 정리하고 갈게요. "여사제가 높게 평가되니까 교회가 이 카드를 불신하게 된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실제 역사의 순서는 반대에 가깝습니다. 교회가 여교황 카드를 불편해한 것은 1450년대, "존재해서도 안 되는 여자 교황을 놀이 카드에 그렸다"는 이유였어요. 하지만 그때 타로는 아직 게임이었기 때문에 반감도 '불경한 그림'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진짜 충돌은 훨씬 뒤인 1781년 이후, 타로가 점치는 카드로 변신하면서 시작됩니다. 성경이 점술 행위 자체를 금하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오늘날 목사님과 신부님들이 타로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여사제 카드가 아니라 '점을 친다'는 행위 그 자체입니다. 카드에 여사제가 있든 없든, 점술이라서 반대하는 거예요. 그리고 1909년의 '여사제 개명'은 갈등을 키운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줄인 사건이었습니다 — '여자 교황'이라는 가톨릭을 향한 도발을 지우고,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 캐릭터로 바꾼 것이니까요.

맺음말 — 전설을 아는 것과 믿는 것

정리해볼게요. 박해받은 자들이 카드에 비밀을 조직적으로 숨겼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15세기의 트럼프는 당대의 교양을 대놓고 그린 그림이었고, 숫자 2는 서열의 암호가 아니었어요. 하지만 화형당한 여인이 카드 속 여교황으로 남았을 가능성은 학자들이 진지하게 논하고, 여사제를 제도 너머의 지혜로 격상시킨 것은 웨이트의 실제 설계입니다. 그리고 이런 전설이 200년 동안 사랑받아 왔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기록이기도 해요. 사람들이 타로라는 물건에서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 지워진 목소리, 숨겨진 진실, 제도가 담지 못하는 지혜 — 를 보여주는 기록이요. 전설은 전설대로 즐기시되, 이제는 어디까지가 역사인지 아는 채로 즐기실 수 있을 겁니다.

EVELY'S NOTE

상담사가 굳이 "이건 사실이고, 이건 전설입니다"를 구분해서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카드에 대한 신뢰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아니라 정직한 이야기 위에 쌓인다고 믿기 때문이에요. 전설은 전설대로 아끼되, 카드 앞에서만큼은 부풀리지 않고 읽어드리는 것 — 그게 이블리의 방식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글에서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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