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죽음 카드 이야기를 했더니, 꼭 세트로 물어보시는 카드가 있습니다. 검은 하늘, 번개에 맞아 불타는 탑, 그리고 창밖으로 추락하는 두 사람 — 16번, 탑(The Tower)입니다. 죽음 카드가 나오면 "죽는 건가요?"라고 물으신다면, 탑 카드가 나오면 다들 이렇게 물으세요. "뭐가… 망하는 건가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78장 중에 상담사들끼리도 "제일 세다"고 인정하는 카드가 맞긴 합니다. 그런데 이 카드에는 죽음 카드보다 더 이상한 수수께끼가 두 개나 붙어 있어요. 하나는 이 카드의 원래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500년 된 어느 덱에서 이 카드만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그 수수께끼를 따라가다 보면, 이 무서운 카드가 정말 하려는 말이 보입니다.
수수께끼 하나 — 이 카드의 이름은 '신의 집'이었다
먼저 이름 이야기부터 할게요. 우리는 이 카드를 '탑'이라고 부르지만, 유럽에서 수백 년간 표준이었던 마르세유 타로에서 이 카드의 이름은 놀랍게도 '신의 집(La Maison Dieu)'입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번개에 맞아 무너지는 건물에, 하필이면 신의 집이라는 이름이라니요. 이 이름의 유래를 두고 연구자들은 오래 논쟁해왔습니다. 유력한 해석 중 하나가 성경의 바벨탑이에요. 인간이 하늘에 닿겠다고, 자기가 신이 되겠다고 쌓아 올린 탑을 신이 무너뜨린 이야기 — 그러니까 이 카드의 번개가 치는 대상은 아무 건물이 아니라, 교만으로 쌓아 올린 것이라는 거죠. 초기 이탈리아의 카드 목록에서는 이 카드를 아예 '라 사에타(번개)'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건물이 아니라 하늘에서 내리치는 그것이 이 카드의 주인공이었던 겁니다.
수수께끼 둘 — 500년 된 덱에서 사라진 카드
두 번째 수수께끼는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읽어오신 분들에게는 반가운 이야기일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타로인 15세기 비스콘티-스포르차 덱 — 여교황의 비밀을 품은 그 금박 덱이요. 이 호화로운 덱은 수백 년을 살아남아 지금도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78장 가운데 유독 단 두 장만 전해지지 않습니다. 악마, 그리고 탑입니다. 하필 가장 불길한 두 장만요. 단순히 잃어버린 것일 수도 있죠. 하지만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오래된 추측이 오갑니다. 수백 년의 세월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 이 그림들을 차마 집에 둘 수 없어서 — 일부러 빼내 없앤 것 아니냐고요. 죽음 카드에 이름을 적지 못했던 그 시대의 마음이, 여기서는 카드를 통째로 지워버린 겁니다. 이 카드에 대한 공포가 얼마나 오래되고 깊은 것인지 보여주는 미스터리죠.
그림을 자세히 보면 — 번개가 부수는 것의 정체
이제 1909년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탑 카드를 함께 읽어볼게요. 죽음 카드 때처럼, 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는 이 카드에도 답을 숨겨놨습니다. 번개가 내리치는 지점을 자세히 보세요. 탑의 몸통이 아닙니다. 번개는 정확히 탑 꼭대기에 얹힌 왕관을 쳐서 날려버리고 있어요. 왕관이 통째로 벗겨져 허공에 떠 있죠. 바벨탑 이야기가 그대로 그림이 된 겁니다. 무너지는 건 탑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 씌워져 있던 교만 — 내가 쌓은 것이 영원하리라는 착각이라는 거예요. 그리고 이 탑, 어딘가 이상합니다. 창문이 몇 개 없고 문이 보이지 않아요. 높이 쌓기는 했는데 사람이 살 수 없는 구조 — 애초에 잘못 지어진 건물이었다는 뜻으로 읽는 리더들이 많습니다.
추락하는 두 사람은 어떨까요. 무섭게만 보이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이들은 불타는 건물에서 나온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 안에 계속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리고 죽음 카드의 흰 장미 같은 숨은 장치가 이 카드에도 있습니다. 그림 속에 흩날리는 불꽃들을 보세요. 무작위로 그린 게 아니라 히브리 문자의 '요드' — 신의 이름의 첫 글자이자 창조의 씨앗을 뜻하는 글자 — 모양으로 그려져 있어요. 파괴의 장면에 창조의 글자를 흩뿌려 놓은 겁니다. 화가는 이번에도 결론을 그림 속에 숨겨뒀어요. 이 붕괴는 끝이 아니라, 무언가가 새로 시작되기 위한 자리 비우기라고요.
그래서 이 카드는 실제로 무엇을 말하나
상담에서 탑 카드는 갑작스러운 붕괴를 말하는 게 맞습니다. 그 점은 솔직해야겠죠. 오래 버텨온 관계가 한순간에 끝나거나, 믿었던 것의 실체가 드러나거나, 계획이 뒤집히는 국면에서 이 카드가 옵니다. 다만 핵심은 무엇이 무너지느냐예요. 이 카드가 무너뜨리는 것은 잘 지어진 것이 아니라, 잘못된 토대 위에 쌓여서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진작 끝났어야 할 관계, 거짓말 위에 서 있던 믿음, 문 없는 탑처럼 나를 가두고 있던 상황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탑 카드가 나온 상담의 풍경도 죽음 카드와 닮아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그 시절을 돌아보며 "그때 그게 무너진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고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번개의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어둠 속에 있던 것을 한순간에 환하게 보여준다는 겁니다. 그리고 타로의 순서가 이번에도 의미심장합니다. 탑 바로 다음 카드가 뭔지 아세요? 별(The Star) — 78장 중에서 희망을 맡고 있는 카드입니다. 폭풍이 지나간 맑은 밤하늘에 별이 뜨는 순서로, 카드를 만든 사람들은 이야기를 배열해둔 거예요.
EVELY'S NOTE
탑 카드가 나오면 저는 유독 '많이 노력하셨구나, 많이 애쓰셨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잘 안되고 있나 보다… 하고요. 번개는 튼튼한 집을 부수러 오는 게 아니라, 문 없는 탑에 갇힌 사람을 꺼내러 오는 것일 때가 많더라고요. 나쁜 카드가 나와 무서워하기보다, 안되는 것을 알았다면 계획적으로 방향을 수정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타워 카드도 무기로 사용하실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이 글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블리에게 물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