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카드가 나오면 "죽는 건가요?"라고 물으시고, 탑 카드가 나오면 "망하는 건가요?"라고 물으신다는 이야기를 했었죠. 달 카드에도 정해진 질문이 있습니다. 은은한 달 아래 개와 늑대가 울고 있는 이 카드가 뒤집히면, 해석을 좀 아는 분들은 표정이 굳으며 이렇게 물으세요. "누가… 저를 속이고 있는 건가요?" 해석서들이 이 카드에 기만, 착각, 숨겨진 적 같은 단어를 적어두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달을 좋아하는 분들은 낭만적인 카드가 나왔다며 반가워하시고요. 배신의 경고 아니면 낭만 — 이 카드는 늘 이 둘 사이에서 오해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이 카드가 태어난 시대로 돌아가 보면, 달은 배신도 낭만도 아닌 전혀 다른 것이었어요. 달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천체였습니다.
달빛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고 믿던 시대
영어에는 미치광이를 뜻하는 루나틱(lunatic)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이 단어를 뜯어보면 안에 루나(luna) — 라틴어로 달이 들어 있어요. 광기를 뜻하는 루너시(lunacy)도 마찬가지고요. 우연이 아닙니다. 유럽 사람들은 오랫동안 달빛이 사람의 정신을 흔든다고 믿었어요. 보름달이 뜨는 밤에 발작이 잦아진다고 여겼고, 달빛 아래에서 잠들면 정신이 이상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졌으며, 늑대인간이 하필 보름달에 변신하는 전설도 같은 뿌리에서 나왔습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카드에 적지 못했던 그 시대 사람들에게, 달이 하늘 한가운데 크게 그려진 카드는 감성적인 밤 풍경이 아니었어요. 이성이 흔들리는 시간의 지도였던 겁니다. 그렇게 보고 카드 속 풍경을 다시 보면, 낭만은 어디에도 없다는 걸 알게 되죠. 짐승들이 울부짖고, 물속에서는 정체 모를 것이 기어 나오고 있으니까요.
그림을 자세히 보면 — 연못에서 기어 나오는 그것
이제 1909년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달 카드를 함께 읽어볼게요. 죽음 카드의 흰 장미, 탑 카드의 왕관처럼 — 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는 이 카드에도 이야기를 심어놨습니다. 그림의 맨 아래부터 보세요. 연못에서 가재 한 마리가 뭍으로 기어 나오고 있습니다. 78장을 통틀어 가장 기묘한 출연자 중 하나인데, 화가는 왜 하필 여기에 가재를 그렸을까요. 타로에서 물은 마음의 깊은 곳 — 평소에 들여다보지 않는 무의식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이 장면은, 낮 동안 물밑에 가라앉아 있던 것 — 이름 붙이지 못한 불안, 오래 눌러둔 두려움 — 이 밤이 되자 수면 위로 기어 올라오는 순간을 그린 거예요. 밤에 누우면 낮에는 멀쩡하던 걱정이 갑자기 거대해지는 경험,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 경험이 500년 그림 문법으로 그려진 것이 저 가재입니다.
길 양옆의 두 짐승도 봐야 합니다. 한쪽은 개, 한쪽은 늑대 — 같은 조상에서 나온 두 마리가 같은 달을 보고 함께 울고 있어요. 길들여진 마음과 길들여지지 않은 마음, 즉 낮의 나와 밤의 나가 같은 불안 앞에서 함께 짖고 있는 그림이죠. 그리고 그 사이로 난 길은 두 개의 탑 사이를 지나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지는데 — 이 시리즈를 읽어오신 분이라면 이 탑이 낯익으실 겁니다. 죽음 카드에서 해가 떠오르던 바로 그 두 탑이에요. 화가가 카드들의 배경을 하나의 세계로 이어 그려둔, 조용한 장치입니다. 죽음 카드에서는 그 탑 사이로 해가 떴는데, 달 카드에서는 아직 밤이라는 것 — 이 차이가 곧 이 카드의 시간입니다.
이 카드가 놓인 자리 — 별과 태양 사이
그리고 이 카드의 진짜 위로는 순서에 있습니다. 달은 18번이에요. 앞 카드는 17번 별 — 희망의 카드고, 뒤 카드는 19번 태양 — 아침의 카드입니다. 희망을 본 뒤에, 그리고 아침이 오기 전에, 달의 밤이 놓여 있는 거예요. 회복의 여정이라는 게 그렇습니다. 희망을 봤다고 곧장 아침이 오지는 않아요. 그 사이에 반드시 이런 밤이 있습니다. 방향은 맞는 것 같은데 확신이 서지 않고, 모든 것이 실제보다 크고 무섭게 보이는 밤이요. 카드를 만든 사람들은 그 밤을 건너뛰지 않고 정직하게 한 장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그러니 달 카드가 나왔다는 것은 길을 잘못 들었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이 여정에서 가장 어두운 구간이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밤이 깊다는 것은, 아침이 머지않았다는 말과 같은 말이기도 하죠.
그래서 이 카드는 실제로 무엇을 말하나
이제 처음의 질문에 답할 차례네요. 누가 나를 속이고 있는 걸까요. 이 카드가 경고하는 기만은, 실제 상담에서 보면 타인의 배신인 경우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달빛이 만든 착시 — 즉 불안이 부풀린 내 마음속 그림자요. 밤에는 나뭇가지가 손처럼 보이고 바위가 짐승처럼 보입니다. 새벽 세 시에 읽는 상대의 짧은 답장은 낮에 읽을 때와 완전히 다른 문장이 되고요 — 글자는 같은데 말이죠. 그리고 달 카드를 받아든 분들은, 사실 이미 알고 계십니다. 지금 자기 판단이 평소 같지 않다는 것을요. 그래서 이 카드가 나오면 저는 결론을 재촉하지 않습니다. 달빛 아래에서 내린 결론치고 아침까지 살아남는 결론은 많지 않거든요. 지금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것, 확실해질 때까지 판단을 미뤄도 된다는 것 — 그게 이 카드의 실용적인 조언입니다. 불안한 밤에 필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아침까지 걸어갈 길 하나인데, 그 길은 그림 속에 이미 그려져 있어요. 두 탑을 지나, 해가 뜰 지평선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