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LY TAROT GUIDE · 제8호

연인 카드의 진실

— 이 카드는 사랑을 약속하지 않는다 —

연애 상담에서 이 카드가 나오면 테이블의 공기가 바뀝니다. 천사가 축복하는 아래 마주 선 남녀 — 6번, 연인(The Lovers) 카드요. 내담자분들의 눈이 반짝이고, 마음은 벌써 결혼식장까지 다녀오시죠. 그런데 상담사로서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카드, 사랑을 약속하는 카드가 아니에요. 실제로 "연인 카드가 나왔는데 왜 안 이루어졌나요?"라는 항의 아닌 항의를 종종 받는데, 그 답이 이 카드의 역사에 숨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400년 동안, 이 카드의 그림은 사랑의 장면이 아니라 한 남자가 두 여인 사이에서 한 명을 골라야 하는 장면이었거든요.

두 여인 사이의 남자 — 이 카드의 원래 그림

유럽에서 수백 년간 표준이었던 마르세유 타로의 6번 카드를 보세요. 이름부터 다릅니다. 연인들(Lovers)이 아니라 단수 — '연인(L'Amoureux)', 사랑에 빠진 한 남자예요. 그림 속에는 젊은 남자가 서 있고, 양옆에 두 여인이 있습니다. 한쪽은 화관을 쓴 젊은 여인, 다른 쪽은 위엄 있는 나이 든 여인. 남자의 몸은 한쪽을 향했는데 고개는 다른 쪽을 보고 있고, 그 머리 위에서는 큐피드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어요. 곧 화살이 날아와 이 선택을 끝내버릴 참이죠. 두 여인이 누구인지를 두고는 해석이 여럿입니다. 어머니와 신부, 즉 익숙한 품을 떠나 새 인연으로 가는 갈림길이라는 해석도 있고, 정숙한 사랑과 뜨거운 유혹 사이의 선택이라는 해석도 있어요. 어느 쪽이든 핵심은 같습니다. 이 카드의 주제는 달콤한 연애가 아니라, 둘 다 가질 수 없는 순간의 괴로움이었다는 것.

장 도달 판 마르세유 타로의 연인 카드 - 두 여인 사이의 남자
장 도달 판 마르세유 타로의 '연인'(1700년대 초). 두 여인 사이에 선 남자, 그리고 머리 위에서 활을 겨눈 큐피드 — 이 카드는 원래 '선택'의 카드였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이 구도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더 재미있어요. 미술사학자들은 이 그림이 고대 그리스에서 내려온 유명한 장면 — '갈림길의 헤라클레스'에서 왔다고 봅니다. 젊은 헤라클레스 앞에 두 여신이 나타나는 이야기예요. 한쪽은 '미덕'의 여신으로 험하지만 명예로운 길을 권하고, 다른 쪽은 '쾌락'의 여신으로 편하고 달콤한 길을 권하죠.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단 한 번의 선택 — 유럽의 화가들이 수백 년간 그려온 이 인기 주제가 카드 속으로 들어온 겁니다. 그러니까 15세기 사람이 이 카드를 뽑았다면 떠올렸을 질문은 "그 사람과 이루어질까요?"가 아니라 이거였을 거예요. "너는 지금, 어느 길을 고를 것인가."

가장 오래된 연인 카드의 달콤한 비밀

물론 예외적으로 달달한 판본도 있긴 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타로인 15세기 비스콘티-스포르차 덱의 연인 카드에는 실제 커플 한 쌍이 그려져 있는데 — 이 덱이 밀라노 공작 가문의 결혼을 기념해 만들어진 물건이라, 카드 속 남녀가 실존했던 신랑 신부라는 해석이 유력해요. 두 가문의 문장이 그림에 함께 새겨져 있거든요. 금박 카드 속에 자기들의 웨딩 사진을 넣은 셈이죠. 다만 이 커플 위에도 큐피드는 눈을 가린 채 떠 있습니다. 사랑은 눈이 멀었다는, 그 시절부터 유명했던 격언 그대로요.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 덱의 연인 카드, 15세기
비스콘티-스포르차 덱의 '연인'(15세기). 공작 가문의 결혼을 기념해 그려진, 카드 속의 웨딩 사진 — 그러나 큐피드는 눈을 가리고 있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1909년, 선택의 카드가 에덴동산이 되다

우리가 아는 그 그림 — 천사와 아담과 이브 — 은 1909년 웨이트와 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의 작품입니다. 두 사람은 이 카드를 갈림길의 남자에서 에덴동산의 첫 커플로 완전히 다시 그렸어요. 여자의 뒤에는 뱀이 감긴 선악과 나무가, 남자의 뒤에는 불꽃이 타오르는 생명의 나무가 있고, 그 위에서 대천사 라파엘이 두 사람을 축복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그림에도 선택의 긴장이 그대로 남아 있어요. 여자의 시선은 천사를 향해 있는데, 남자의 시선은 여자를 향해 있습니다. 그리고 여자 뒤의 나무에는 유혹의 뱀이 기다리고 있죠. 낙원 한복판에서도 이들은 여전히 갈림길 위에 있는 겁니다 — 축복의 길과 유혹의 길 사이에요. 그리고 이 시리즈를 읽어오신 분들은 이 다음 장면을 이미 아시죠. 이 두 사람이 유혹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면 어떤 모습이 되는지 — 악마 카드가 바로 그 답이었습니다. 같은 남녀, 같은 구도, 천사 대신 악마.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연인 카드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악마 카드
연인(왼쪽)과 악마(오른쪽), 1909. 낙원의 두 갈래 길 — 한쪽 길의 끝에는 축복이, 다른 쪽 길의 끝에는 헐거운 사슬이 기다린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소설과 스크린 속의 연인 카드 — 선택에는 값이 있다

이 카드가 이야기꾼들에게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보여주는 장면 두 개를 소개할게요. 첫 번째는 악마 편에서 잠깐 스쳤던 그 영화 — 1973년 007 『죽느냐 사느냐』입니다. 이 영화의 여주인공 솔리테어는 카드를 읽는 능력을 가진 타로 리더인데, 그 능력에는 조건이 하나 붙어 있어요. 순결을 지켜야만 카드가 보인다는 것. 제임스 본드는 그녀에게 접근해 카드를 한 장 뽑게 하는데, 뽑힌 카드는 연인. 다시 뽑아도 연인, 또 뽑아도 연인입니다. 운명을 믿는 그녀는 하늘이 정한 사랑이라 확신하고 그의 품에 안기죠. 그런데 본드가 들고 온 그 덱은 — 전부 연인 카드로만 채워진 가짜 덱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녀는 정말로 카드를 읽는 능력을 잃어요. 유혹을 위해 조작된 '운명', 그리고 하룻밤과 맞바꾼 평생의 재능 — 이 장면이 반세기 넘게 회자되는 이유는, 연인 카드의 본질을 정확히 건드렸기 때문입니다. 선택은 달콤하지만, 모든 선택에는 값이 있다는 것. 그녀는 사랑을 골랐고, 그 값으로 자기 자신의 가장 귀한 것을 치렀죠.

두 번째는 소설입니다. 이탈리아의 거장 이탈로 칼비노의 『교차된 운명의 성』 — 숲을 지나다 말하는 능력을 잃은 여행자들이, 말 대신 타로 카드를 한 장씩 식탁에 내려놓으며 자기 인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에요. 그런데 칼비노가 이 소설의 도구로 쓴 덱이 바로 이 시리즈의 주인공, 비스콘티-스포르차 덱입니다. 여행자들이 카드로 풀어놓는 사연들은 대부분 사랑 이야기인데, 흥미롭게도 행복하게 끝나는 사랑이 거의 없습니다. 사랑을 골랐다가 영혼을 잃은 연금술사, 사랑 대신 복수를 고른 여인, 두 갈래 길에서 잘못된 쪽을 고른 기사 — 카드가 식탁에 놓일 때마다 등장인물들은 어김없이 어떤 갈림길 앞에 다시 서고, 이야기의 운명은 그 선택에서 갈립니다. 500년 전 결혼 기념으로 만들어진 그 카드로, 20세기 최고의 작가가 결국 써 내려간 것도 '선택'의 이야기였다는 것 — 연인 카드의 본질은 시대가 바뀌어도 그대로인 셈이죠.

그래서 이 카드는 실제로 무엇을 말하나

이제 "연인 카드가 나왔는데 왜 안 이루어졌나요?"에 답할 수 있겠네요. 이 카드는 결과를 약속하는 카드가 아니라, 당신 앞에 진짜 선택이 놓여 있다고 알려주는 카드이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이냐 아니냐, 이 사랑이냐 나 자신이냐, 익숙한 관계냐 새로운 시작이냐 — 연인 카드가 나오는 상담에는 거의 언제나 갈림길이 있어요. 그리고 마르세유의 그 남자처럼, 몸은 한쪽을 향한 채 고개는 다른 쪽을 보고 있는 마음도요. 물론 이 카드는 사랑의 카드가 맞습니다. 깊은 끌림, 가치관이 통하는 만남, 운명처럼 느껴지는 연결을 말할 때도 많아요. 다만 그 사랑조차 이 카드에서는 저절로 굴러오는 행운이 아니라 내가 골라서 걸어 들어가는 길로 그려집니다. 큐피드의 화살이 날아오기 전에, 카드가 먼저 묻는 거예요. 정말 이 길이냐고.

400년 동안 이 카드의 이름은 '연인들'이 아니라 '연인' — 사랑에 빠져 갈림길에 선 한 사람이었습니다. 이 카드가 약속하는 것은 해피엔딩이 아니라, 당신에게 아직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EVELY'S NOTE

아무리 해석이 역사적으로는 원래 알던 것과 다르다 해도… 사랑은 좋죠? ^^ 여러분은 선택하고 싶은 사랑이 있나요, 아니면 선택당하고 싶은 사랑이 있나요? ^^ 이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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