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LY TAROT GUIDE · 제22호

여사제 카드의 진실

— 이 카드에는 화형당한 여인이 살고 있습니다 —

2번 여사제는 78장 중 가장 조용한 카드입니다. 베일 앞에 앉아 아무 말 없이 이쪽을 바라보는 여인 — 신비, 직관, 침묵 같은 단어들이 따라붙죠. 그런데 이 고요한 카드의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타로 전체에서 가장 뜨거운 실화가 나옵니다. 이 카드의 원래 이름은 여사제가 아니라 여교황(La Papessa)이었어요. 가톨릭에 여자 교황은 존재한 적도, 존재해서도 안 되는데 — 카드 속에는 버젓이 여자가 교황의 삼중관을 쓰고 앉아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미술사학자들은 이 여인의 실존 모델로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1300년 밀라노에서, 여자의 몸으로 교황이 되려 했다는 죄로 화형당한 수녀 만프레다입니다.

한눈에 보는 여사제 카드

핵심 키워드 — 직관 · 침묵 · 기다림

연애에서는 — 서두르지 말 것 — 아직 드러나지 않은 마음이 있다

일과 돈에서는 — 정보를 더 모을 때, 성급한 결정은 금물

지워진 여인이 카드 속에 남기까지

짧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만프레다가 이끌던 신앙 모임은 "곧 여자들이 이끄는 새 교회의 시대가 온다"고 믿었고 그녀를 미래의 교황으로 추대했습니다. 여자가 미사를 올리는 것이 사형까지 가능한 이단이던 시대에요. 결국 그녀가 부활절에 직접 미사를 집전하자 종교재판소가 움직였고, 반년의 심문 끝에 1300년 가을 광장에서 화형당했습니다. 모임은 지상에서 지워졌어요. 그런데 150년 뒤 — 만프레다의 친척 가문인 비스콘티가가 호화 타로 덱을 주문 제작하는데, 그 덱의 여교황 카드 속 여인이 화려한 교황 예복이 아니라 만프레다가 속했던 수도회의 수수한 수녀복을 입고 있는 겁니다. 교회가 불태워 지운 여인이, 카드 한 장 속에서 삼중관을 쓰고 조용히 살아남은 거예요. 이 재판의 전말은 2호에 자세히 적어두었습니다.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 덱의 여교황 카드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여사제 카드
비스콘티-스포르차의 '여교황'(왼쪽, 15세기)과 RWS의 '여사제'(오른쪽, 1909). 수녀복의 여인이 600년을 건너, 어느 종교에도 속하지 않는 내면의 지혜가 되었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그림을 자세히 보면 — 다 보여주지 않는 두루마리

1909년 웨이트는 이 논쟁적인 카드에 여사제(The High Priestess)라는 새 이름을 주며 종교의 그림자를 걷어냈습니다. 그리고 화가 스미스는 새 그림에 장치들을 심었어요. 여인은 두 기둥 사이에 앉아 있습니다 — 검은 기둥과 흰 기둥, 상반된 두 세계의 한가운데요. 등 뒤의 베일에는 석류가 가득 그려져 있는데, 석류는 저승의 여왕 페르세포네의 과일 —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를 오가는 존재의 표식으로 전해집니다. 발밑에는 초승달이 놓여 있고요. 그런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디테일은 무릎 위에 있습니다. 여인이 든 두루마리를 보세요. 지혜의 문서인데 — 망토 자락에 반쯤 가려져 있습니다. 실수가 아니에요. 다 펼쳐 보여주지 않는 것, 그게 이 카드의 본질이라는 화가의 서명입니다. 지혜는 떠들지 않는다. 준비된 만큼만 보인다 — 는 거죠.

그래서 이 카드는 실제로 무엇을 말하나

상담에서 여사제는 침묵이 필요한 시기에 나옵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 이 카드를 받아든 분들은 대체로 답을 이미 알고 계세요. 다만 아직 말할 때가 아니거나, 더 확인해야 하거나, 밖의 소음을 끄고 자기 안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시기인 겁니다. 모두가 조언을 쏟아낼 때 혼자 조용한 사람, 다 알면서 말을 아끼는 사람의 카드예요. 그리고 이 카드의 역사가 그 침묵에 무게를 더해줍니다. 말했다가 불태워진 여인이 침묵의 카드가 되어 600년을 살아남았다는 것 — 어떤 침묵은 패배가 아니라 살아남는 방식이라는 것을요. 여사제 카드가 나왔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나는 몰라서 조용한가, 알아서 조용한가. 그 둘은 완전히 다른 침묵이니까요.

말했던 여인은 불탔고, 침묵하는 여인은 600년을 살아남았습니다 — 여사제 카드의 침묵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득 찬 채 기다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