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LY TAROT GUIDE · 제25호

교황 카드의 진실

— 타로에서 가장 위험했던 카드 —

5번 교황(하이로펀트)은 요즘 리딩에서 전통, 제도, 스승, 그리고 뜻밖에도 결혼의 카드로 읽힙니다. 제도가 승인하는 결합 — 예식과 서약의 상징이라서요. 점잖고 보수적인, 어찌 보면 심심한 카드죠. 그런데 이 카드가 500년 전에는 78장 가운데 가장 위험한 카드였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성직자들이 이 카드를 보고 분노했고, 어떤 지역에서는 아예 덱에서 빼버렸으며, 이 카드 때문에 타로 전체가 불경한 물건으로 몰리기도 했습니다. 지금 가장 점잖은 카드가 한때 가장 뜨거운 논란이었다는 것 — 오늘은 그 이야기입니다.

한눈에 보는 교황 카드

핵심 키워드 — 전통 · 조언 · 배움

연애에서는 — 정식 관계와 결혼의 기운 — 절차를 밟는 사랑

일과 돈에서는 — 스승이 필요한 때, 정석대로 가는 길이 빠른 길

교황을 놀이패로 쓴다는 것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타로가 태어난 15세기 유럽에서 교황은 신의 대리인, 지상 최고의 권위였습니다. 그런데 그 얼굴을 술집 노름판의 패로 만든 거예요. 교황 카드가 악마 카드에게 잡아먹히고, 광대 옆에 뒤섞여 돌아다니는 게임판이라니 — 2호에서 본 것처럼 교회가 카드를 불태우던 시절에, 이 카드는 그 자체로 도발이었습니다. 실제로 가톨릭의 힘이 강했던 지역들에서는 교황과 여교황 카드를 아예 빼고 그 자리에 로마 신화의 주피터와 주노를 그려 넣은 판본이 만들어졌어요. 카드 두 장을 갈아 끼우면서까지 피하고 싶었던 이름이었던 겁니다. 1909년 웨이트가 이 카드에 하이로펀트(Hierophant) — 고대 그리스에서 비의(秘儀)를 가르치던 사제의 이름 — 라는 우회로를 택한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여교황이 여사제가 됐듯, 교황도 논쟁의 바깥으로 걸어 나간 거죠.

비스콘티-스포르차 타로 덱의 교황 카드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하이로펀트 카드
비스콘티-스포르차의 '교황'(왼쪽, 15세기)과 RWS의 '하이로펀트'(오른쪽, 1909). 지상 최고의 권위를 놀이패로 만든, 한때 가장 위험했던 카드.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그림을 자세히 보면 — 열쇠 두 개와 제자 두 명

1909년 판의 디테일을 볼게요. 하이로펀트의 발밑에 교차된 열쇠 두 개가 놓여 있습니다. 천국의 문을 여는 열쇠 — 교황의 오랜 상징이에요. 그런데 열쇠가 하필 두 개인 것을 두고, 겉으로 가르치는 것과 안으로 전하는 것, 문자의 가르침과 체험의 가르침이라는 두 겹의 앎을 뜻한다는 해석이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 앞에 제자 두 사람이 무릎을 꿇고 있어요. 78장을 통틀어 배우는 자가 그려진 카드는 이 카드뿐입니다. 마법사는 혼자 서 있고 여사제는 혼자 앉아 있는데, 하이로펀트만은 가르침이 건네지는 장면이에요. 이 카드의 본질이 여기 있습니다. 지식이 아니라 전수(傳授) — 혼자 깨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흐르는 배움의 카드라는 것.

그래서 이 카드는 실제로 무엇을 말하나

상담에서 하이로펀트는 두 얼굴로 옵니다. 하나는 권유예요 — 지금은 독학이 아니라 스승이 필요한 때다, 검증된 길과 절차를 따르라, 정석대로 가라. 자격증, 정식 교육, 제도권의 승인 같은 것들이 답인 시기에 이 카드가 나옵니다. 결혼의 카드로 읽히는 것도 같은 문법이에요 — 둘만의 약속을 제도의 형식에 올리는 일이니까요. 다른 하나는 질문입니다. 이 카드의 역사가 보여주듯, 전통이란 한때 목숨 걸고 다퉜던 것들이 굳어진 결과거든요. 그래서 이 카드가 나오면 저는 가끔 이렇게 여쭤봅니다. 지금 따르고 있는 그 관습 — 이유를 알고 따르시나요, 그냥 따르시나요. 이유를 아는 전통은 지혜가 되고, 이유를 잊은 전통은 굴레가 됩니다. 500년 전 가장 위험했던 카드가 지금 가장 점잖은 카드가 된 것처럼, 전통의 자리는 시대가 정하는 것이니까요.

지금 가장 보수적인 이 카드는, 한때 덱에서 빼버려야 했을 만큼 위험한 카드였습니다 — 전통이란 원래, 한때 뜨거웠던 것이 식어서 만들어지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