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LY TAROT GUIDE · 제7호

악마 카드의 진실

— 사슬은 처음부터 헐거웠다 —

죽음, 탑에 이어 무서운 카드 이야기의 마지막 편입니다. 사실 이 셋 중에 손님들이 가장 싫어하는 카드는 따로 있어요. 죽음 카드는 "죽는 건가요?"라고 묻고 탑 카드는 "망하는 건가요?"라고 묻는데, 뿔 달린 형상 아래 벌거벗은 두 사람이 사슬에 묶여 있는 이 카드 — 15번, 악마(The Devil)가 나오면 질문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저 사람… 나쁜 사람인가요?" "제가 뭔가에 씌인 건가요?" 죽음과 탑이 바깥에서 닥치는 일을 묻게 한다면, 악마 카드는 이상하게 자기 자신을 의심하게 만들거든요. 그리고 바로 그 점이, 이 카드가 78장 중에서 가장 정확하게 사람 마음을 꿰뚫는 카드인 이유입니다. 오늘은 이 카드에 숨겨진, 아마 들어보신 적 없을 비밀 하나로 이야기를 끝맺으려고 해요. 힌트를 드리면 — 그림 속 사슬을 아주 자세히 보셔야 합니다.

500년 전에 사라진 두 장 — 그 나머지 한 장

이 시리즈를 따라오신 분들은 기억하실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타로인 15세기 비스콘티-스포르차 덱에서 유독 두 장의 카드만 전해지지 않는다고 했었죠. 지난 글에서 그중 하나가 탑이라고 말씀드렸는데 — 나머지 한 장이 바로 이 악마 카드입니다. 그런데 이 미스터리, 비스콘티 덱만의 일이 아니에요. 15세기에 손으로 그려진 호화 타로 덱이 여럿 남아 있는데, 그 어느 덱에서도 악마 카드의 실물이 발견되지 않습니다. 황제도, 교황도, 죽음조차도 살아남았는데 악마만 전멸이에요. 물론 우연일 수도 있죠. 하지만 수백 년의 세월 동안, 이 그림만은 차마 서랍에 둘 수 없었던 손들이 있었으리라는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정황입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악마는 상징이 아니라 실재였으니까요. 교회 벽화에서, 광장의 연극에서, 지옥의 형벌을 묘사하는 그림들에서 — 뿔과 날개와 갈퀴발을 가진 그 형상은 중세인들이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공포의 얼굴이었습니다. 그 얼굴이 그려진 카드를 손에 쥐는 일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무거운 일이었을 겁니다.

이 카드는 어떤 카드의 쌍둥이다

이제 1909년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악마 카드를 볼 차례인데, 이 카드는 혼자 보면 안 됩니다. 반드시 옆에 놓고 봐야 하는 카드가 한 장 있거든요. 6번, 연인(The Lovers) 카드입니다. 두 카드를 나란히 놓아보세요. 연인 카드에는 낙원에서 축복의 천사 아래 서 있는 아담과 이브가 있습니다. 그런데 악마 카드를 보면 — 같은 자리에, 같은 구도로, 같은 남녀가 서 있어요. 다만 하늘의 천사가 있던 자리에 뿔 달린 악마가 앉아 있고, 밝은 낙원이 있던 자리는 새까만 어둠이고, 두 사람의 머리에는 뿔이, 몸에는 꼬리가 돋아 있죠. 화가 파멜라 콜먼 스미스는 이 카드를 연인 카드의 어두운 쌍둥이로 설계한 겁니다. 낙원에 있던 그 두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요. 꼬리를 보면 단서가 있습니다. 여자의 꼬리 끝에는 포도가, 남자의 꼬리 끝에는 불꽃이 달려 있어요 — 쾌락과 욕망이요. 처음에는 달콤했던 것이, 어느새 몸의 일부처럼 자라나 그들을 이 어둠에 묶어둔 거죠. 사랑이었던 것이 집착이 되고, 즐거움이었던 것이 중독이 되는 과정 — 우리가 아는 그 이야기입니다.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연인 카드, 1909년 라이더-웨이트-스미스 덱의 악마 카드, 1909년
연인(왼쪽)과 악마(오른쪽), 1909. 같은 두 사람, 같은 구도 — 축복의 천사가 있던 자리에 악마가 앉으면, 낙원은 이렇게 변한다. 이미지: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타로에서 가장 뜨거운 카드 — 욕망과 사랑의 그림자

여기서 이 카드의 또 다른 얼굴을 이야기해야겠네요. 악마 카드는 78장 중에서 가장 무서운 카드인 동시에, 가장 뜨거운 카드이기도 합니다. 벌거벗은 남녀, 포도와 불꽃이 달린 꼬리 — 이 카드는 처음부터 육체의 카드, 욕망의 카드로 설계됐어요. 그래서 실제 연애 상담에서 이 카드가 나오면 리더들은 무시무시한 해석보다 훨씬 인간적인 이야기를 읽습니다. 머리로는 아닌 걸 아는데 몸이 먼저 반응하는 관계, 헤어지자고 말한 입술로 다시 만나자고 연락하는 관계, 서로에게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끊을 수 없는 강렬한 끌림 — 말하자면 이성이 지고 욕망이 이기는 순간들이요. 중세 사람들도 이 연결을 알고 있었습니다. 밤에 잠든 사람을 찾아와 욕망을 불어넣는 몽마(夢魔) 전설 — 인쿠부스와 서큐버스 이야기가 유럽 전역에 퍼져 있었죠. 욕망이란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악마가 씌운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인간의 오래된 변명이 그 전설에 담겨 있어요. 악마 카드는 그 변명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카드입니다. 뒤에서 보시겠지만 — 사슬을 차기로 한 건, 결국 우리 자신이거든요.

이 카드의 '유혹' 이미지가 대중문화에서 가장 화려하게 쓰인 장면도 하나 소개할게요. 1973년 007 영화 『죽느냐 사느냐』에는 카드를 읽는 능력을 가진 순결한 타로 리더 솔리테어가 나옵니다. 제임스 본드는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기가 막힌 속임수를 쓰죠 — 그녀에게 카드를 뽑게 하는데, 덱 전체를 몰래 연인(The Lovers) 카드로만 채워놓은 겁니다. 어떤 카드를 뽑아도 연인이 나오니, 운명을 믿는 그녀는 그와의 사랑이 정해진 운명이라 믿고 넘어가요.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카드를 읽는 능력을 잃습니다. 유혹, 속임수, 달콤한 것과 맞바꾼 소중한 것 — 영화는 연인 카드로 장난을 쳤지만, 그 장면이 그리고 있는 건 정확히 악마 카드의 세계입니다. 낙원의 두 사람이 어쩌다 어둠 속에 서게 됐는지, 90분짜리로 보여준 셈이죠.

고문실에서 태어난 얼굴 — 카드 속 악마의 진짜 기원

그런데 카드 속 저 악마의 얼굴, 어디서 왔는지 아세요? 이 이야기는 이 시리즈에서 다뤄온 역사와 소름 돋게 이어집니다. 1307년 프랑스, 국왕 필리프 4세는 유럽 최대의 부를 쌓은 기사 수도회 — 템플기사단을 하루아침에 일제 검거합니다. 표면적 죄목은 이단. 그리고 고문 속에서 받아낸 자백 중에 이상한 이름 하나가 등장해요. 기사단이 '바포메트(Baphomet)'라는 우상을 숭배했다는 자백이었죠. 그 우상이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는 발견된 적이 없습니다. 만프레다의 재판이 그랬듯, 고문대 위에서 만들어진 이야기였을 가능성이 크죠. 기사단은 해체됐고 단장은 화형당했습니다. 그런데 이 '바포메트'라는 이름은 죽지 않았어요. 550년이 지난 1856년, 프랑스의 오컬티스트 엘리파스 레비가 그 이름을 가져다 그림 한 장을 그립니다. 염소의 머리, 사람의 몸, 남성과 여성의 특징을 함께 지닌 날개 달린 형상 — 그리고 다시 반세기 뒤, 레비를 연구했던 웨이트가 자신의 덱을 만들면서 악마 카드의 모델로 바로 이 바포메트를 씁니다. 그러니까 지금 카드 속에서 우리를 노려보는 저 얼굴의 족보는 이렇게 됩니다. 고문실의 강요된 자백 → 550년을 떠돈 전설 → 한 오컬티스트의 그림 →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타로 카드. 화형당한 수녀가 여교황 카드에 스몄듯, 이 카드에도 박해의 역사가 배어 있는 거예요.

그리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디테일 — 사슬

자, 이제 약속했던 비밀입니다. 두 사람의 목에 걸린 사슬을 아주 자세히 보세요. 사슬은 악마가 앉은 받침대에 묶여 있습니다. 그런데 목에 걸린 고리를 보면 — 헐겁습니다. 눈에 띄게 헐렁해요. 머리보다 넓어서, 두 손으로 들어 올리면 그냥 벗겨지는 크기로 그려져 있습니다. 실수가 아니에요. 죽음 카드의 흰 장미와 떠오르는 해, 탑 카드의 왕관을 치는 번개처럼 — 화가가 이 카드의 결론을 숨겨둔 자리입니다. 게다가 더 보세요. 두 사람의 손은 묶여 있지도 않습니다. 자유로워요. 악마는 어떤가요? 그들을 붙잡고 있나요? 아니요. 악마는 그저 앉아서 한 손을 들고 있을 뿐, 두 사람에게 손끝 하나 대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이 말하는 상황은 이겁니다. 문은 잠겨 있지 않다. 사슬은 벗을 수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벗지 않고 서 있다. 악마가 그들을 잡고 있는 게 아니라, 그들이 그 자리에 머무르기를 선택하고 있는 거예요. 이 카드의 공포는 뿔 달린 형상이 아니라, 바로 이 진실에 있습니다.

그래서 이 카드는 실제로 무엇을 말하나

상담에서 악마 카드는 저주도, 빙의도, 나쁜 사람의 등장도 아닙니다. 이 카드가 말하는 것은 스스로 벗지 않고 있는 사슬이에요. 끊어야 하는 걸 알면서 계속 연락하게 되는 관계, 그만둬야 하는 걸 알면서 반복하는 습관, 나를 갉아먹는 걸 알면서 놓지 못하는 것들 — 술이든, 사람이든, 일이든, 미련이든요. 그리고 이 카드가 나온 상담의 풍경은 죽음이나 탑 때와 또 다릅니다. 내담자들도 악마 카드 앞에서는 이미 알고 계시거든요 — 사슬이 헐겁다는 건, 그걸 차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카드의 순서를 한 번 더 볼까요. 악마는 15번입니다. 그 바로 다음이 16번, 탑이에요. 카드를 만든 사람들의 배열이 이번에도 의미심장합니다. 헐거운 사슬을 스스로 벗지 못하고 있으면 — 다음 순서에서 번개가 와서, 그 탑째로 부숴버린다는 거죠. 그리고 그다음이 별, 희망입니다. 악마에서 탑을 지나 별까지, 세 장의 카드가 사실은 하나로 이어진 탈출의 이야기였던 거예요.

사람들이 카드를 없애버릴 만큼 무서워했던 이 그림의 진짜 메시지는 정반대였습니다 — 악마는 당신을 잡고 있지 않다. 사슬은 처음부터 헐거웠다. 언제든, 벗기로 선택할 수 있다.

EVELY'S NOTE

악마 카드는 사랑 이야기를 할 때면 상담하는 저도 재미있고, 내담자분들은 속이 터지기도 하고, 좋기도 하답니다. 하하. 이 글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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